기독 청년들 "아픔에 동참… 함께 울고 싶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기독 청년들...친구들에게 생긴일, 가슴 아파하며 눈물로 기도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2년 11월 04일(금) 07:39
"누군가는 '하나님의 심판'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저와 친구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안타까운 마음 뿐이고 지금은 피해자와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싶어요."
이태원 참사가 일어나기 전날 밤인 지난 10월 28일, 서울서노회 한남제일교회(오창우 목사 시무) 청년들은 지역사회에서 열리는 핼러윈 축제를 앞두고 '프리워터'전도에 나섰다.
프리워터(FREEWATER)는 세상 속에서 영적인 목마름을 느끼는 청년들에게 영원한 생수이신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자는 취지로 말씀이 적힌 생수병을 나누는 전도사역이다.
이날 청년들은 지역사회에서 열리는 문화축제에 교회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고, 행사에 대한 편견 없이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거리로 나와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기로 했다.
코로나19 규제가 완화돼 예년보다 훨씬 많은 젊은이들이 이태원으로 몰려들었고 생수에 대한 호응도 좋아서 그날 새벽 2시까지 프리워터를 마치고 각자 헤어졌다.
그러나 그날 밤, 프리워터에 참여했던 청년들은 누구보다 더 큰 충격을 받았다. 바로 전날 '생수'를 나누던 거리에서 또래의 친구들이 너무나 갑작스럽게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대학생 임영빈 씨(한남제일교회 청년부 회장)는 "비슷한 나이의 친구들이, 그것도 자주 다니는 길에서 큰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 놀랐다"면서 "피해자와 가족들이 더이상 상처받지 않도록 함부로 정죄하지 말고, 진심으로 위로하고 싶다"고 심정을 전했다. 그는 "복음의 문화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그 곳에 간 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면서 "정죄하지 말고 판단하지 말고 사랑과 위로로 함께 하고 싶고 도울 수 있는 것은 함께 돕고 싶다"고 말했다.
한남제일교회 청년들은 지난 28일 밤 10시부터 이튿날 새벽 2시까지 이태원 핼로윈 축제가 진행되는 이태원 거리에서 프리워터 전도사역을 펼치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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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부 담당 김민혁 목사는 "전날 이태원 거리에서 프리워터를 진행하기도 했고, 사고지점에서 불과 얼마 안 된 거리에 사는 친구들이 많아서 힘들어 하는 친구들이 있다"면서 "출근할 때도 차마 이태원역을 지나지 못하고 한강진역까지 걸어간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 목사는 " 청년들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슬픔에 빠진 이웃들을 어떻게 위로하고 애도해야 하는지, 황망한 이들의 죽음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면서 "비록 우리는 거리의 청년들과 마시는 생수를 나눴지만, 그들에게 전해진 것은 그리스도의 사랑이길 간절이 바랄 뿐이다"고 핼로윈 참사 희생자에게 마음을 전했다.
또 다른 교회 청년사역자 A목사는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우리교회에는 직접적으로 피해를 당한 청년은 없지만 가까운 친구를 잃은 청년이 있다"면서 "지금 청년들은 사고를 당한 친구들과 그 가족들의 아픔에 동참하고 싶어하고 진심으로 그들과 함께 울고 싶어하는 마음 뿐이다"고 했다. "주일에 청년들이 아픔을 당한 친구들과 가족들을 위해 함께 기도하고 싶다는 요청이 있었다"는 A목사는 "생사기로에 놓인 친구들의 회복을 위해 기도했다"면서 "모두가 나름대로의 신앙적인 기준이 있겠지만 지금 우리 청년들은 어떤 판단도 없이 유가족을 애도하고 같이 아파하며 위로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였고 안일하게 대처했다"면서 "교회도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다"고 아쉬워하며, "그들의 아픔에 진심으로 함께 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청년들은 여전히 돌봄과 사랑이 필요한 대상인데 세상도 교회도 청년들에게 지나치게 '책임'만 강조한다"면서 "교회는 이 시대 청년들의 공허함과 아픔에 대해 좀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로회신학교 학부생과 신대원생들도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며 4일 오후 미스바 광장에서 기도회를 연다. 신대원 김은총 전도사는 "신학생들도 또래의 청년들의 죽음에 함께 애도하고 있다"면서 "굉장히 많은 친구들이 희생을 당했는데 책임을 지는 사람들은 없는 것 같아 청년으로서 혼란스러움이 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그는 "교내에서도 채플이나 수업 시간에 희생자를 애도하며 기도하는 분위기"라면서 "다들 슬퍼하고 함께 울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이태원 참사 희생자 대부분은 20대 청년들로 또래 친구들의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 일면식도 없던 청년들은 "내 친구가 떠난 것처럼 공허하다"고 심리적 불안함을 호소하고 있다. 기독교 상담전문가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불안이나 공포가 몰려온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라고 조언한다. 이를 위해 서울시 보건의료정책과 산하의 법인인 (사)한국상담서비스네트워크는 한국목회상담협회와 한국기독교상담심리학회의 상담 임상전문가들과 이태원 참사로 인한 국민적 트라우마를 치료하고 돌보기 위해 무료 온라인 줌 상담을 진행한다. 인터넷에서 한국목회상담협회나 한국기독교상담심리학회를 검색하고 홈페이지 배너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최은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