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한민족', '단일민족' 등 고유한 민족성을 드러내는 단어가 익숙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국내 외국인 비중이 처음으로 인구의 5%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다인종·다문화' 국가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를 먼저 받아들인 일본(2.38%)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다. 다문화 사회 진입을 눈앞에 둔 지금, 한국교회도 외국인과 공존할 채비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년을 맞아 전문가 3인을 초청, 다문화 사회 속 한국교회의 역할을 모색해봤다. 

▲ (왼쪽부터) 신상록 함께하는 다문화네트워크 이사장·현한나 장로회신학대학교 선교학 교수·이해동 다하나국제교회 목사·정광윤 몽골목회자훈련원 원장. ⓒ데일리굿뉴스
▲ (왼쪽부터) 신상록 함께하는 다문화네트워크 이사장·현한나 장로회신학대학교 선교학 교수·이해동 다하나국제교회 목사·정광윤 몽골목회자훈련원 원장. ⓒ데일리굿뉴스

<참석자> 
신상록 함께하는 다문화네트워크 이사장
현한나 장로회신학대학교 선교학 교수
이해동 다하나국제교회 목사
정광윤 몽골목회자훈련원 원장 (사회자)

정광윤 원장(이하 사회) : 현재 국내 다문화 인구 현황은?
신상록 이사장(이하 신) : 국내 이주민 숫자는 250만에서 많게는 26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국내 이주민 유형은 근로자, 유학생, 동포, 난민 등 다양하다. 물론 이들 중에는 미등록 불법 체류자도 있다. 여러 유형이 겹쳐있어 정확한 통계를 내기 어렵지만, 전문가들은 올해 국내 외국인 비중이 전체 국민의 5%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회 : 사회적으로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 
현한나 교수(이하 현) : 당장 장단기 체류민이 물밀듯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로 인해 단기 이주민의 수가 주춤했지만 재작년에 코로나 이전 상태로 다시 회복됐다. 지난해만 놓고 보면 유학생이 20% 증가했고 전문 인력과 단순 인력도 전년 대비 10% 정도 증가했다. 올해는 한국 정부의 이주민 정책 방향성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책 전환이 어떻게 이뤄지는냐에 따라 다른 아시아 국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 

사회 : 국내 이주민 정책에서 아쉬운 점은?
신 : 이주민을 담당하는 부처 간에 벽이 높다. 총리실 산하에 3개의 위원회가 있다. 10년 전부터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매번 무산됐다. 각 부처가 따로 움직이다 보니 좋은 정책이더라도 통일성을 이루지 못한다. 중앙에서부터 지자체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일관성 있는 제도를 갖춰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상당히 미흡하다. 

이해동 목사(이하 이) : 국내 이주민 정책을 들여다보면 '우수한 인력'을 받아들이겠다는 전제가 빠지지 않는다. 자국민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한 것이다. 이주민을 인격체로 대하지 않고 구멍 난 노동력을 메꾸는 수단으로 보니깐 당연히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주민들의 입장을 충분히 듣고 상생의 관계로 나가야 한다. 

사회 : 다문화 사회, 한국교회는 얼마나 준비됐다고 보나.  
현 : 대한민국 선교 현황을 먼저 들여다보자. 복음이 한반도에 들어온 지 140년이 지나면서 이제 우리나라는 선교사를 파송하는 국가가 됐다. 그러나 통계상에선 되려 선교사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파송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아시아권에 편중된 상태다. 선교 현장은 현지인 사역보다는 한인 디아스포라 사역에 주력하고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국내 이주민 선교 역시 아직 노하우와 전문성이 부족한 실정이다. 교단과 개교회 차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지만 체계화된 시스템은 자리 잡지 못했다. 

사회 : 외국인 유입이 늘면서 이슬람 확산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현 : 국내 들어와 있는 무슬림 숫자는 15만 명에서 20만 명 사이다. 대부분 이집트나 리비아 등 북아프리카 지역이 아닌 우즈베키스탄과 같은 중앙아시아에서 건너온 온건한 무슬림들이다.  거의 단기 근로자이기도 하다. 이들이 대한민국 영주권을 취득해 장기 체류자로 거주하는 경우는 드물다. 한국사회가 이슬람에 포교될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은 지나친 우려다. 한국교회가 무슬림을 무조건 경계하기보다 더불어 살 방법을 모색할 필요성도 있다. 

▲ 기독교복음방송 GOODTV는 정책과 선교 전문가를 초청해 '다문화 대한민국, 한국교회 '동행'을 준비하다'를 주제로 특별대담을 마련했다. ⓒ데일리굿뉴스 
▲ 기독교복음방송 GOODTV는 정책과 선교 전문가를 초청해 '다문화 대한민국, 한국교회 '동행'을 준비하다'를 주제로 특별대담을 마련했다. ⓒ데일리굿뉴스 

사회 : 이주민을 대하는 태도, 어떤 게 바람직한가. 
이 : 국적에 따라 차별하지 않고 하나님의 형상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우선돼야 한다. 한국교회에 동일하게 영어 예배가 있어도 영국 사람과 인도 사람, 필리핀 사람이 드리는 예배에는 암묵적인 등급이 존재한다. 서양권에는 열등감을 느끼고 동남아 등 아시아권에는 우월감을 갖는 우리의 이중적 태도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모두를 편견 없이 대하고 수평적 관계로 대할 때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하나되는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 

사회 : '이주민 로드맵' 개발 얘기도 들린다. 로드맵의 핵심은? 
신 : '이주민 로드맵'은 이주민이 대한민국 사회에 융화되는 과정을 세분화해서 필요한 지원을 단계별로 나눈 것이다. 이주민들은 한국 사회에서 한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 다양한 변화를 거친다. 이주 초기 단계에는 정부와 지자체, 교회에서 이들의 가장 기본적인 필요를 살피는 단계다. 이주 중기는 이주민이 가진 고유의 문화와 한국 문화 사이에서 혼란을 느끼는 '문화 사춘기'다. 이 시기에 적절한 정서적 지원이 제공되지 않으면 정착에 실패하고 이탈하게 된다. 마지막은 이주민이 안정적으로 사회에 동화되는 정착기다. 교회는 이들이 건강한 신앙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계속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모든 과정에 있어서 정부와 지자체, 교회가 트라이앵글로 협력하는 게 관건이다. 

사회 : 향후 이주민 선교 방향성은?
현 : 거시적 관점에서 봤을 때 선교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지금까지는 한국에서 훈련된 선교사를 파송했다면, 이제는 현지 신학교를 나온 이주민들이 한국 문화에 적응해 가면서 한국 목회자들과 협력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선교사를 보내는 원심적 선교가 아닌, 들어온 이들을 돌보는 구심적 선교로 전환했다고 보면 된다. 선교 현장이 빠르게 변화하는 중요한 시기다. 

이 : 이주민을 '화살촉'으로 비유할 수 있겠다. 화살촉이 움직이면 사회가 변화하고 역사가 달라진다.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한 국가와 사회가 변하는데 이주민들이 큰 역할을 한다. 이들이 복음을 받아들인다면 대한민국에 큰 부흥이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사회 : 다문화 사회 속 한국교회의 역할은?
신 : 일단 이주민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낯선 나라에서 얼마나 빠르게 정착하는지에 따라 한 가정의 생존 문제가 오간다. 이주민들이 '코리안 드림'을 건강하게 펼쳐나갈 수 있도록 교회가 적절하게 도와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에는 사각지대가 언제나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 부분을 교회가 메꿨으면 한다. 

사회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신 : 지금까지 한국교회는 구심적 목회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다. 개인의 신앙과 교회의 성장에 정신이 팔려서 교회가 사회적 문제에 관여하는데 소홀하지 않았나 반성하게 된다. 다문화 시대에 진입했으니 이제 교회가 앞장서서 나그네 된 이주민들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이웃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게 그리스도인으로 해야 할 당연한 일이다. 

현 : 몇 년 전 개인적으로 호주에서 난민 사역을 체험할 기회가 있었다. 그곳에서 종교적인 박해나 정치적 이유로 신앙의 모범이 되는 기독교인 난민들을 많이 만났다. 이슬람 국가에서 왔다고 모두가 강경한 무슬림이라는 생각은 편견이다. 이주민들은 각자 다양한 이유로 한국에 온다. 피부색이 다르지만 한국에 와 있는 이주민을 배척하지 않고 함께 손잡고 갈 때 윈-윈(win-win)할 수 있을 것이다. 

이 : 이제 우리나라 이주민의 수가 250만 명이라고 이야기하는데 나중에는 500만까지도 늘 수 있다. 오늘날 국제 정세가 돌아가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이주민이 급속도로 밀려 들어오면 사회적 갈등은 생길 수밖에 없다. 사회 문제가 발생했을 때 교회가 이를 해결하는 중재자 역할을 감당하길 제안하고 싶다. 교회가 이주민을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품어줄 때 다시 사회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는 귀한 기회가 될 것이다. 

정리 = 이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