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전달해준 희망, 사랑으로 전하겠어요"

"교회가 전달해준 희망, 사랑으로 전하겠어요"

[ 교계 ] 서울서노회 한남제일교회 이동섭목사

김혜미 기자 khm@kidokongbo.com
2008년 09월 03일(수) 00:00

   
 
담임 오창우목사와 함께 한 이동섭목사(中) 부부.
 
한남제일교회(오창우목사 시무)의 부목사인 이동섭목사는 올해로 조기은퇴를 한다. 55년생인 그에게는 분명 '조기' 은퇴이지만 결코 쓸쓸한 퇴장의 모습이 아니다. 그의 표현대로 "너무나 큰 사랑을 받은 행복한 사람"의 뒷모습이기 때문이다.

1990년 9월 17일, 이동섭목사는 새벽예배를 인도하고 평소에 운동하던 수영장에서 입수하던 중 목뼈가 골절되는 사고를 입었다. 일순간의 사고로 그는 젊은 나이에 하반신 마비 신세가 됐다.

"이 목사님, 여기서 목사직을 그만두면 희망이 없습니다." 당회는 목사라는 직분 자체가 희망이라는 일념하에 그가 목사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배려했고 모든 성도들이 하나되어 그 뜻을 받아들였다.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워진 이 목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지만 가끔씩 설교를 하고 함께 예배를 드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온 교회가 감사했다. 오창우목사는 이 목사의 휠체어를 손수 밀며 "얼마나 건방진지 일어나서 인사를 하지 않아요. 설교도 앉아서 한답니다"고 애정어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오랫동안 넘치는 사랑을 받았고 그 사랑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는 이 목사는 "이제는 어떠한 일이든지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들에게 희망을 선사한 것은 교회 뿐이 아니었다. 서울서노회에서도 이런 사정을 듣고 "우리 노회 소속 목사인데 한 교회만이 짐을 질 문제가 아니다"며 그간 물심양면으로 이 목사를 도와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아름다운 사례로 전해져 타교회에도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고.

1986년 1월 한남제일교회에 부임한 이 목사는 이제 행정적인 절차를 위해 교회를 사임하고, 지난 21일 총회 연금재단의 실사를 거쳐 장애연금의 혜택을 받게 됐다. 의사의 소견서에 따르면 경추 5번과 6번이 부러진 이 목사의 노동상실율은 92%이다.

하지만 지극한 사랑을 받아서일까. 이 목사 부부의 얼굴에는 천사같이 평온한 미소가 베어나왔다. 이동섭목사는 이 미소의 원천을 "한남제일교회의 모든 성도들과 오창우목사님, 서울서노회의 목사님과 장로님들로부터 받은 지극한 사랑"으로 돌렸다.

아들의 공부 문제로 캐나다에 가게 된 이 목사 부부는 의외로 이민사회에서 마음을 터놓고 장애가정의 애환을 나누기 어려운 것을 보게 됐고, 가정교회로 시작한 모임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사랑도 받아본 사람이 나눌 수 있다고 했던가. "지금껏 받은 사랑과 은혜를 나누겠다"는 밝은 미소 속에 교회가 전달해 준 희망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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